“바다가 파괴된다면 우리의 삶도 무너집니다”
‘마린보이’ 박태환의 목소리와 함께 한강공원에 거대한 대형 고래가 나타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15일 저녁 8시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촉구하는 영상 상영행사를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펼쳤다.
높이 5미터, 폭 9미터의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된 영상에는 대왕고래의 신비로운 울음소리, 자유롭게 유영하는 돌고래 등 아름다운 해양생물의 모습을 배경으로 강력한 글로벌 해양조약으로 바다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내레이션은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박태환씨가 맡았다.
이번 캠페인은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유엔(UN) 해양생물다양성보전(BBNJ) 협약 5차 비상회의를 앞두고 각국 대표단에게 해양보호를 위한 의사결정을 촉구하기 위해 진행됐다. 캠페인은 한국뿐 아니라 벨기에, 멕시코, 스웨덴, 독일 등 총 5개 그린피스 사무소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돼 ‘바다보호는 곧 인류 공동의 자산을 지키는 것’이란 공통된 메시지를 전했다.
해양생물다양성보전 협약은 공해의 해양생물 다양성 보전과 해양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유엔에서 논의 중인 국제 협약이다. 각 정부 대표단이 참여하는 정부 간 회의가 2018년 시작됐지만, 지난해 8월 개최된 5차 회의에서도 글로벌 해양조약 체결에 합의하지 못한 채 회의가 종료됐다. 이번 비상회의는 결론에 이르지 못한 5차 회의 이후 유엔이 긴급히 소집해 열리게 됐다.
전 세계 바다의 61%를 차지하는 공해는 천연 탄소흡수원으로 지구의 탄소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공해 상 해양보호구역은 2%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린피스는 바다와 해양생물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 20여국 사무소와 ‘30X30’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2030년까지 공해의 30%를 해양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내용이다.
그린피스는 이번 유엔 비상회의 각국 대표단에게 △30x30 목표 이행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해양보호구역의 지정 및 이행을 보장하는 통합적인 체계 구축 △한국 정부의 해양조약 체결 성사 적극 지지 △한국 정부대표단의 조약 체결 및 보호구역 확대 적극 지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로라 멜러 그린피스 글로벌 해양 캠페이너는 “매 회의마다 글로벌 해양조약 체결이 무산되는 데에는 회의석상에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글로벌 리더들의 책임이 크다. 특히 해양보호를 야심차게 약속한 유럽연합, 영국, 미국 등은 2030년까지 공해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하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해양 캠페이너 역시 “한국 정부가 글로벌 무대에서 해양보전을 이끄는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오는 비상회의 석상에서 해양조약 체결을 강력히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